처음 컨설팅업을 시작한 이유는 대단한 결심이 있거나, 혹은 특별한 기회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컨설팅업이 아닌 과제관리 용역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필자는 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의료기기 개발에 참여했었고, 졸업 후에도 줄곧 관련 업계에서 일을 했었다.
의료기기라는 품목은 타 산업의 아이템 대비 개발과 인/허가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고 그 성과를 얻는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긴 개발 시간을 버티기 어렵고, 대기업은 굳이 자체적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에 국민의 생명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기반되어야 하고, 의료기기는 그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기반에서 국가에서의 의료기기 분야에 연구개발 지원이 많은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의료기기는 꽤 오래전부터 국가에서 연구개발을 장려하는 품목이였고, 따라서 의료기기 개발 업체는 정부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배경에서 필자는 정부과제를 수행해본 경험이 많았고, 주변에서 일을 부탁하시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
마침 아기가 생겼고,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는데 시간을 좀 더 많이 쓰고 싶다는 생각에 컨설팅을 시작한 것이다.
초반에는 정부과제의 관리를 요청하시는 지인이 몇 분 있었다.
이들을 통해 과제 관리 용역으로 일을 시작했다.
필자가 컨설팅을 하면서 항상 주장하지만, 정부과제는 선정되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정은 되면 좋고 안되면 끝이지만, 잘 못 관리된 과제는 기업에 생각도 못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실제로 그런 기업들을 여럿 만나기도 했고 말이다.
이런 과제 관리의 용역을 시작으로 다른 일들을 부탁하는 기업도 생기기 시작했다.
많은 수의 기업들만큼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다 보니 업무 영역이 확장되었고, 용역보다 컨설팅 업무가 점차 많아졌다.
비로소 프리랜서의 느낌에서 컨설팅 기업으로 발전해 간 것이다.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좋았던 것은 뭘까?
필자 입장에서는 현업에서 확장한 느낌이라 초기에는 컨설팅을 하면서도 기존에 하던 업무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연간 열 개 이상의 과제를 확보하고 관리했는데, 동시에 연구개발에 참여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월급밖에 없었지만, 당연히 많은 시간을 일에 쓸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현업에서와 달리 직접 연구에 참여할 일이 없어 전체적으로 업무 시간이 줄었다.
아니, 바쁠 때는 그전보다 바빴지만 예측 가능하게 되어 일정을 자율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
덕분에 오전에는 아이와 함께 보내고 등원까지 직접 시킬 수 있었다.
여담으로 생각보다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는 아빠들이 많았다.
지금은 어린이집에서 아침마다 만나는 아빠들의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이 역시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생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또 하나의 장점은 다양한 아이템을 가진 기업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산업에서 일할 때는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기술들은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다.
물론 필자가 경험이 없는 기술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누구나 관심이 가는 산업 또는 기술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특히 필자가 흥미를 가진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일을 하는 경험이 생기기도 했다.
그럴 때면 컨설팅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재밌기도 하다.
반면에 컨설팅을 시작하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애초에 작게 1인 기업의 형태로 시작하면서 직접 해야 할 잡일이 많아졌다.
기존에는 연구개발 관련 업무에만 집중했었는데, 현재는 그에 더해 세무, 마케팅, 잡무까지 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영업 활동’에 대한 것이다.
영업 활동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돈을 벌기 위한 설득 활동일 것이다.
애초에 사람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이는 항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월급 받는 생활에서 벗어나면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입의 불안정성이다.
물론 필자는 처음부터 이미 일거리를 가지고 시작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쪽 컨설팅 특성상 한 기업과 오래 일하기도 힘든 구조라는 부분은 자연스러운 수익 감소를 유발했다.
또 정부과제를 기반으로 하는 컨설팅은 생각보다 경제와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24년은 정부에서 정부과제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삼각하는 바람에 이쪽 업계 역시 불황일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꾸준히 함께 해주시는 기업들이 있어 운영은 되고 있다.
직장에서 나와 컨설팅 사업을 시작한 내 삶을 정리하자면,
벌써 수년간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면서, 지금에 와서는 장점도 단점도 필자의 생활과 너무 섞여버렸다는 것이다.
단점을 생각하면 이제 그만할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든다.
특히 속과 겉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면, 그리고 내년도 올해보다 나아질 것 없는 외부 요인들은 그런 생각을 더욱 부채질한다.
반면에 장점을 생각하면, 확실히 다른 기업의 소속되어서 일 할 때는 얻을 수 없는 이득이 많다.
아이와 함께 하는 아침, 급할 때는 얼른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자유 말이다.
또 나의 일이기에, 일이 재밌다는 생각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가 컨설팅을 시작하고, 작지만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전에는 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있다.
이를 통한 장단점은 어찌보면 필자가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얻어지는 결과물 중 하나일 것이다.
어찌 됐든 재미있는 일이고, 또 그만큼 고민을 던져주는 일이라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