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이야기] 나는 컨설턴트다.

나는 컨설턴트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컨설팅업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조언 또는 자문을 통해 재화를 얻는 서비스업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컨설턴트는 컨설팅 자체를 실무로 하는 사람일 것이다.

대체적으로 맞는 말이다.

컨설팅보다는 고객과의 눈치 싸움이 더 많다는 부분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해 컨설팅을 받는 것이 익숙한 해외에 비해, 국내는 일부 큰 기업을 제외하면 컨설팅을 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편이라고 한다.

컨설팅을 받는다는 것을 기업 구성원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해?” 내지는 “이게 꼭 필요한 거야? 비싼데?”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보자면 해외의 컨설팅 시장 규모에 비하면, 국내는 아직 컨설팅 시장은 성장이 필요한 규모이기도 하다.

<세계의 경영 컨설팅 시장 규모(Mordor Intelligence)>
<세계의 경영 컨설팅 시장 규모(Mordor Intelligence)>

국내 통계청에 따르면 컨설팅 업종 관련 업체의 수는 2021년 기준 약 162만 여개로 생각보다 많아 보인다.

다만 이 중에서 대부분이 단순 부동산(126만 여개), 보험 대리점, 또는 단순 부업종 등의 허수를 제외한다면 그 수는 매우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팅 기업은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실제로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가산디지털 단지에는 수많은 아파트형 공장이 있는데, 건물마다 한두개의 컨설팅 기업들은 꼭 있다.

<구로 및 가산 디지털단지 내 경영 컨설턴트 기업들>
<구로 및 가산 디지털단지 내 경영컨설팅 기업들>

필자가 위치한 건물에도 경쟁 기업이 있으며, 이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어떠한 상품이든 수요가 있고 고객이 있다면, 장사꾼은 어디에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기업 연구 개발을 중점으로 하는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메인 기술은 정부지원사업 혹은 정부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지원사업을 위한 토대를 쌓기 위해 기업부설연구소나 기업 인증, 필요하다면 개발 용역, 기술 사업화 관련 내용까지 제공하다 보니 업무 영역이 넓어지고는 있다.

어찌 보면 경영 전반보다는 기업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연구개발 분야의 자문을 제공하는 전략컨설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명확한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기업에서 원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업무들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영세한 컨설팅 기업의 컨설턴트로써,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뚝딱뚝딱 홈페이지를 만들기도 하고, 사부작사부작 챗봇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경험은 재미가 있는 편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컨설팅이라는 것은 조언과 자문 등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재화를 얻는 서비스업이다.

아마 일정 이상의 규모나 혹은 정부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는 경우는 분명히 맞는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속해있는 영세 규모의 기업에서 컨설팅은 몇 단어가 추가된다.

아마 이럴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 조언과 자문을 제공해봤자, 시행할 사람이 없으니 행위까지 제공하고 재화를 얻는 서비스업’ 정도 될 수 있다.

컨설턴트가 조언과 자문을 제공하고, 이를 실제로 몸소 보여주는 용역 활동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고객 역시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많다 보니 여기까지는 필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더 어려운 것은 필자가 서비스의 대가를 받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업무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어도 비용 지불을 하지 않거나 무한정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업무의 대가를 인질로 다른 업무를 더 해 달라는 경우도 자주 있다.

가끔은 상품권이나 현물로 현금을 대신하려는 경우도 발생한다(이것도 재화인가?).

이와 같은 문제는 중소기업을 넘어 필자가 도와주던 중견기업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

물론 일의 시작 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수백만원 때문에 고객과 함께 법정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컨설팅을 시작하고 수년간을 돌아보면, 컨설팅 실력보다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능력만 더 늘어난 것 같다.

‘저 양반이 일이 끝나고 제대로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직원들은 컨설팅 때문에 일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할 것 같은데?’

‘어디까지 해줘야 만족할까?’

‘판매 대금이 이번 달에 들어온다고 했지?’

이런 경험 속에서 컨설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수행능력보다는 사람을 대면하고 대화하는 영업 능력일 것이라는 결론까지 왔다.

그렇다면 필자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다.

필자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업에서 고객과 직접 대면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고객에게 어렵고 쓴소리를 하면서 오히려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다.

그럼에도 컨설팅을 하자면, 고객과의 대면을 빼놓을 수는 없다.

모든 직장인이 또 돈을 버는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벌고 있는 돈 역시 모두 스트레스와 교환하는 답례일 것이다.

물론 그 양이 비례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왕 시작한 이상, 당분간은 컨설팅 일을 계속해야 한다.

필자가 컨설팅 일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필자의 시각에 맞춰 좀 풀어보고자 한다.

좀 부족하지만 나는 지금 컨설턴트다.